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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연구라도 보는 사람의 분야에 따라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뉴럴 네트워크를 결합한 것, 그 이상의 새로움이 있는가?” 이 연구의 초기 결과를 처음 발표하였을 당시 받았던 질문이다. 이 연구는 프로그래밍 언어 기반 기술 (GDL)과 뉴럴 네트워크를 결합하여 높은 정확도 + 설명력을 갖춘 모델을 개발한 연구이다.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의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다. 다만 연구의 가치를 충분히 공감받지 못하다 보니, 당시에는 연구의 진도를 나가기가 어려웠다. 매주 연구 미팅은 아이디어를 논하기보다 “이 연구가 왜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이런 접근 방법은 처음 봅니다. 데이터 과학 하는 사람들 중 좋아하는 사람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논문 같이 내고 앞으로도 같이 논문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 과학 분야 교수님에게 받았던 코멘트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술 적용된 기계학습 기법을 처음 보았다고 하신다.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는 의미 있는 데이터의 패턴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패턴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프로그래밍 언어)과 요즘 대세인 뉴럴 네트워크를 결합한 연구라서 미래가치가 높다고 평가하셨다. “패턴(GDL 프로그램)은 어떻게 뽑아내나요?”,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하셨나요?”, “이렇게도 해보셨나요?”, “이렇게 조합해보시죠.” 등등 빠르게 논의가 이어지며 빠르게 연구가 진전되었다. 초기 결과를 11월에 처음 보여드리고 2월 초에 논문을 제출하였으니, 연구가 약 3개월만에 빠르게 진전된 셈이다.

논문은 KDD(Knowledge Discovery and Data Mining)에 제출하였다. 데이터과학 분야에서는 가장 좋은 학회이다. 리뷰가 깐깐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겁이 나기도 했지만, 과연 프로그래밍언어 기반기술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그래프 패턴 표현방법으로 GDL을 사용한 것이 리뷰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The idea of integrating neural representation learning with program level evidence space leading to predictions directly attributable to a set of human-interpretable structural primitives is interesting.”

“The core idea of treating symbolic programs as first-class, reusable components of the prediction pipeline is well-motivated and represents a meaningful conceptual departure from instance-specific explanation methods.”

“The idea of building a shared program vocabulary that serves as reusable evidence across all graphs is novel.”

Rebuttal이 까다롭긴 했지만, 최종 Accept되어 2026년 KDD에 논문이 발표되었다.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만 논문을 내어 왔었는데, 새로운 분야에 그것도 가장 좋은 컨퍼런스에 논문을 발표하니 큰 도전에 성공한 것 같아 기쁨이 배가 되더라.

포스터 발표를 하며 프로그래밍 언어가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GDL이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많이 논의할 수 있었다. 물론 나와 이야기 하는 중이라 그럴 수 있지만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와 같이 연구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 이번에 발표한 연구에 이어서도 후속 연구를 같이 진행하고 싶다고 하셨다.

혹시 지금 본인의 연구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이야기해 보고 반응이 좋다면 그 분야에 논문을 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쩌면 그 분야에서 고민 중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단발성으로 시작했던 연구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이어져서, 더 크고 많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실제로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후배와 함께 시작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단발성 연구가 KDD에 발표한 것을 넘어 현재 더욱 다양한 파생 연구 주제들을 만들어내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